게임 업계에서 사운드 보관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데모씬과 레트로 게임에 각별한 애정이 있든, 혹은 최신 도구와 엔진으로 작업하는 사운드 전문가이든 (아니면 옛날 사운드에 푹 빠진 현대 작곡가처럼 둘 다이든) 여기에서 다뤄볼 내용과 비슷한 질문과 문제를 가져본 적이 아마 있을 거예요. 사운드를 보관하는 것과 그 목적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사운드를 '보관'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 시리즈의 뒷 부분에서 좀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예시를 다뤄보기 전에 먼저 첫 번째 글에서 기본적인 구성 요소를 간략하게 살펴볼까요?
왜, 그리고 어떻게 기록해야 하나요?
아카이브(archive, 기록 보관)는 아주 오래되고 잃어버린 보물들이 가득한 어두운 공간이나 책상 서랍으로 흔히 비유됩니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것을 찾기 위해 뒤적거릴 수 있는 열린 상자로도 비유되죠. 게임 업계에서 '보관하기'라는 행동은 해적/해커 활동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최근에 Nintendo(닌텐도)와 Capcom(캡콤)에서 대량의 데이터가 누출된 일로 인해 (역사적, 기술적인 데이터는 물론 직원의 재정 관련 데이터까지 포함) 일부 사람들은 해커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죠. 이 사건은 게임 업계에서 보관에 관한 아주 일반적인 오해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입니다. 보통 버려진 작업물(abandonware, 어밴던웨어)의 경우 법적 소유자가 소유권을 꼭 주장하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에 꽤나 복잡합니다. 이 때문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게임의 보존을 위한 보관 작업이 필요하게 되었죠. 이러한 내용이 모두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보관은 이러한 정의와 완전히 반대입니다 (아주 좋은 이유로 인해서요).
왜 보관해야 하는 것일까요? 가장 일반적인 이유로 이력 기록과 문화적 강조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회사가 알고 있듯이 훌륭한 보관 작업은 그보다 훨씬 '흥미롭습니다'. 보관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 사례와 문서가 현재 혹은 미래의 사업 활동과 직결돼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기록 관리라고 부르며,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죠. 여러분이(혹은 여러분의 고용주가) 계약서를 찾을 수 없거나 출판 및 특허권에 관한 문서를 찾을 수가 없다면 이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문서나 녹음이 없다면 책과 음악도 배포할 수가 없겠죠. 기록하는 것은 중요한 것을 여러 방해로부터 멀리하고 안전하게 지켜내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누가 어디에서 어떤 기록을 언제 어떤 이유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기록 관리자가 해야하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입니다. 이 일은 원격 접근 및 작업이 가능해지면서 오늘날 굉장히 중요해졌죠.
보관에 관한 간략하고 빠른 설명 중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보관의 역할은 아마도 가장 과소 평가되는 장점이 아닐까 하며,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볼 역할이기도 합니다. 바로 어제의 지식으로 오늘의 작업을 돕는 것이죠. 이 부분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 환경에서의 일부 R&D(연구 및 개발) 부분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아주 중요하고 모든 곳에서 모두에게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리마스터, 리메이크, 공식적 모방 포트가 제작되면서 포트 게임 업계에서 레트로 게임이 인기를 얻게 되었죠. 이로 인해 오래된 데이터를 이해하고 재활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사운드의 형태와 소리 풍경: 사운드 보관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게임과 사운드 보관에 어느 정도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아마 보관과 손실에 대한 끔찍한 일화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게임과 게임 사운드트랙이 기술적이나 저작권 문제로 판매가 중단된 이야기, 두 콘솔 간의 주요 비호환성으로 인해 리마스터와 포트가 실패한 이야기, 혹은 "아니 이런,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군. 일주일 안에 사운드 공간화와 시스템 필터링을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되잖아!"와 같은 이야기 말이죠. 사운드가 손실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으며 대부분의 경우 작업이 얼마나 잘 보관되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형식으로 보관되었는지가 문제가 됩니다.
게임 사운드 보관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가장 흔한 형식은 사운드 트랙(CD에 있는지, 데스크탑에 있는 파일인지,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인지)과 같이 오디오와 관련된 형식입니다. 작곡가의 경우 사운드 보관이 좀 더 구체적이죠. 디지털 오디오 작업환경에서 나온 원본 파일을 보관할 수도 있고 (WAVE, Vorbis, MP3 파일) 혹은 압축되지 않거나 압축된 형식을 보관할 수도 있죠. 하지만 좀 더 앞 단계로 돌아가 음악과 사운드 (그리고 게임 사운드 트랙) 제작 과정의 경우 MIDI 파일, 사운드뱅크, 사운드 카드, 신시사이저, 소프트웨어와 플러그인, 혹은 녹음 세션을 위한 악보를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사운드의 물리적 속성은 쉽게 포착하고 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운드 보관은 정의상 상당히 복잡합니다. 한 편의 그림을 봤을 때 언제든 한 눈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를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CD, 악보, 혹은 심지어 악기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일종의 기술적 상호 작용과 지식이 필요하죠. 게임과 마찬가지로 사운드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를 재생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운드는 복잡한 기술적 대상, 감각, 느낌에 의존하는 단명적인 예술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문제를 가지죠. 모든 형식이 안정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관에 적절한 형식도 한정적입니다. 형식은 물론 이를 읽는 소프트웨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기 때문에 보다 오래된 파일은 다르게 들리거나 아예 읽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죠. 동일한 파일이 손상될 수도 있고 장비가 파손되거나 기능적 부품이 구식이 되면서 점점 찾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GameBoy나 PC-88 혹은 Yamaha DX7을 사용해 사운드 제작하는 것을 좋아하신다면 정확하고 똑같은 사운드를 모방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아실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장비를 가지고 있으면 기술적 문제도 쉽게 넘어갈 수가 있다는 것도요. 그리고 실제 장비를 갖고 있지 않으면 기술적 문제를 쉽게 간과할 수 있다는 것도요 (그래서 금방 잊혀지곤 하죠).
뿐만 아니라 게임 사운드의 보관에서는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음악과 효과음을 개별적인 에셋으로 보관해야 하죠. 하지만 역사적 혹은 심지어 전문적인 관점에서 이 에셋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여러가지 이유로 게임 안에서 이 에셋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함께 기록해놔야 합니다. 창작 과정이 시행 착오의 연속이라면, 최종 과정은 보통 창작자의 손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일련의 절차를 따르는 음악(이 음악 자체가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죠)을 넘어서, 게임은 플레이어의 동작에 따라 혹은 게임 환경 자체에서 변화하는 겹겹의 동적 음악, 구간, 실시간 필터 등에 의존합니다. 경우에 따라 게임에서의 사운드는 작곡가 자신의 작업 환경에서 들었던 것과 아주 다르게 들릴 수 있죠. 불가피하게도 사운드는 게임의 엔진과 겹겹의 코드에 묶여 있습니다. 작곡가가 창작 도중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이 부분을 반드시 이해해야 하죠.
게임 사운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옛날 사운드트랙을 분석할 때 대부분 "왜?"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파일이 왜 이런 방식으로 구성되었을까요? 게임에서 따서 만들어낸 MP3가 게임 밖에서는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리는걸까요? 작곡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이 곡을 만들어낸걸까요? 최종 결과를 얻어내기 전에 어떤 도전 과제를 풀어내야 했을까요? 이 의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은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이러한 이야기는 정말 어떤 작업을 했는지 모른 채로 단편적인 사실만 담긴 일종의 번역물로만 남게 됩니다. 여러분의 작업도 이렇게 될 수도 있겠죠. 현대 작곡가, 사운드 디자이너, 게임 오디오 프로그래머, 그리고 여러분의 작업과 과정도 언젠가 잃어버리게 될 수가 있습니다. 오늘날 전문가들이 애호하는 팁과 비법이 1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죠. 제 2부에서는 아주 간단해보이면서도 정작 답하기는 매우 까다로운 질문과 미스터리로 끝난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딱 한 가지 정보만 몰랐을 뿐인데 Conker’s Bad Fur Day (Rare, 2001)에서 MP3의 역사를 거의 다시 쓸 뻔 했던 사연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글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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